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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외국인 입국금지·밀무역 위축으로 어려움 커질 것"


지난 2018년 2월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가 조중우의교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8년 2월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가 조중우의교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 조치에 따른 수입 감소와 국경 밀무역 위축이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북-중 간 교역액은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간 상품 수출입 총액은 위안화 기준 192억 4천만 위안, 미화 약 27억 5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년 대비 19.6% 증가한 겁니다.

지난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물품액은 177억 6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14억 8천만 위안으로 4% 이상 늘었습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수출액의 12배로, 북한 경제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상품 수출입 수치로, 현재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북한은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북-중 국경 폐쇄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마저 모두 중단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4일 VOA에, 이번 사태로 북한의 관광 수입 감소는 물론 수출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북-중 국경무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무역에서 21억 달러 적자가 났고 3년 연속 56억 달러 마이너스였고 근간을 이어가는 것이 관광 수입이라든가 내지는 해외 나가서 벌어 들어오는 돈, 근데 그것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활동이 불편한 상황이 되니까 외화벌이 측면에서 상당히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은 물론 세계 무역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북한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가 경제적으로 가장 큰 타격인 동시에 대인 접촉으로 이뤄지는 밀무역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밀수라고 해도 세관을 통해 이뤄지는 부분이 있는 만큼, 세관 검역 강화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97호 결의안에 따른 생산재 수입 금지로 현재의 어려움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수호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공장, 설비 시설 이런 게 순차적으로 부품이나 재고가 떨어지는 대로 공장 가동이 안 될 거 아니에요? 그게 제일 어려운 상황인데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이 되어서 국경이 통제가 되면 외화 수급에 더 차질이 생기는 거죠.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부분이 막히는 거잖아요. 밀수 같은 것도 아무래도 대인 접촉을 해야 되잖아요. 북한 내부에서 중국과의 대인 접촉을 막으면 생산재 밀수했던 것도 약화될 수 있겠죠.”

임 선임연구위원은 아울러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계속 고갈되는 상황과 함께 향후 환율 변동으로 인한 북한 시장 내 대규모 혼란이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일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포럼에 참석해 북한이 북-중 무역 중단으로 인한 경제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국경 폐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무역 중단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이영훈 수석연구원은 2003년 사스 사태 당시에 8개월 간 북-중 무역이 중단됐다며, 이번 국경폐쇄 역시 최대 1년 이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세를 바꿀 정도의 영향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김석진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관광이 지속되더라도 북한 경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석진 선임연구위원] “제재 때문에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신종 코로나로 약간 더 타격이 가해지는 정도이지, 대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죠. 이미 북한 경제는 어려운 것이고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대세에는 큰 영향은 없지 않나,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싶은데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비하면 뭐 얼마 안되죠. 제재 때문에 광산물 수출을 못 하는 타격이 몇 배 더 큰 것이고 이것은 뭐 그에 비하면 훨씬 적으니까.”

실제 KDI-한국개발연구원은 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북한의 대외 교역과 산업 활동이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경제가 적어도 대외교역 측면에서는 대북 제재의 충격을 중화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경제적 수단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양운철 수석연구위원도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북한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밀무역의 경우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밀무역이 이뤄져야 주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영훈 수석연구원은 대중 무역 중단이 주로 제조업과 임가공 원자재와 식료품 등 소비재 공급 부족 등으로 나타나겠지만, 송유관으로 공급되는 원유 등 에너지 부문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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